[담양신문] 극단 깍지의 창단 10주년 기념작 <노라의 뽄>이 지난 6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100분간 펼쳐진 이번 악극은 연극과 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한 여성의 내면세계를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입센의 노라, 한국적 시공간에서 다시 태어나다

악극 '노라의 뽄'은 제9회 목포문학상을 수상한 이화경 작가의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헨릭 입센의 1879년 작 희곡 인형의 집에서 집을 떠난 노라를 한국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목포를 배경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온 모던 보이 남편과 그에게 버림받은 새아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대 위 주인공은 서구적 신여성만을 동경하며 아내와 가정을 냉소하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연인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진 남편을 떠나보낸 후 절망 속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배우들의 열연과 미니멀한 무대 연출

이번 공연의 성공 요인은 원작자의 의도를 잘 살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있었다. 주인공 '나' 역을 맡은 김은숙 배우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내면의 고통과 사랑을 향한 의지를 잘 그려냈다. 다른 배우들 역시 각자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강의 연출가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무대 연출을 통해 조명과 음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잘 표현했다. 덕분에 관객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0년 전 질문, 오늘도 유효하다

일제강점기라는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시대를 넘어서 여전히 중요하다. 역할에 갇힌 삶이 아닌 진정한 개인으로서의 존재, 타인에게 정의되지 않는 자아에 대한 고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헌편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공연에서 느낀 감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원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다른 관객은 소셜미디어에 “몇 달간 준비했을 텐데 겨우 두 번의 공연이라 아쉽다”며 “공연이 정말 뭉클했다”고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