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글을낳는집 입주 작가들과 광주·전남 작가들이 담양 군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인문학 시리즈 ‘열 편의 인문학 이야기’ 중 다섯 번째 행사가 지난 17일 창평 매화나무집에서 열렸다.

이날 한양대 국문과 명예교수 이도흠은 ‘AI의 10가지 쟁점과 인문학적 대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AI는 인류 700만 년 역사상 가장 큰 문명적 전환을 가져올 기술”이라며 “그러나 이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은 거의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가 인간의 본성을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AI 강국? 현실은 베끼기 수준

강연 초반 이 교수는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국가적 정책에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미국이 50조 원, 중국이 40조 원을 투자하는 데 비해, 한국의 AI 기술력은 아직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정부가 천억 원을 투자하고 수십 조 원의 부가가치를 거론하는 것은 일종의 허구이자 과장”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인공지능 발전의 핵심이 되는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수학적 사고 기반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인간 본성과 AI: “이기적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를 설명하면서, ‘인간 본성을 닮을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인용하며 “만약 인간이 오로지 이기적 유전자의 조종을 받는 생존 기계라면, 인문학도, 진보적 사회도 모두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을 전했다.

또 진화생물학과 사회생물학의 차이를 설명하며 “인간은 공감과 이타성, 사랑이라는 윤리적 감각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는 AI 설계의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은 개미와 벌 같은 사회적 동물의 ‘맹목적 이타성’을 강조한 반면, 인류학적 진화 관점에서는 인간이 혈연적·호혜적·윤리적 이타성을 점차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AI 시대의 인문학: “융합과 성찰, 그리고 대안”

강연 말미에서 이 교수는 “지금의 인문학은 과학과 결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며 “사랑조차도 생물학적·심리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위에 공동체와 윤리의 관점을 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시대에, 우리는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마지막 존재로서의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며, “그 중심에는 이타성과 공감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흠 교수(사진 맨 왼쪽)가 청중을 향해 강연하고 있다.

끝까지 함께한 청중들, “비 속에서도 천 명이 모인 것 같았다”

강연은 기상이 악화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이 교수는 오던 길에 산사태로 차량이 멈춰 섰고, 히치하이킹으로 현장에 도착한 사연도 전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당백처럼 귀하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도 와주신 여러분 덕분에 천 명 앞에서 강의하는 것처럼 열정을 다해 전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는 8월 21일(목)에는 ‘글을 낳는 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 시리즈 여섯 번째 강연 -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불편한 편의점』으로 150만 부 판매를 기록하고, 국립중앙도서관 ‘2022 올해의 책’에 선정된 김호연 작가가 참여한다. 패널로는 이재훈 시인(‘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주간), 극작가 김수희, 그리고 노창수 시인이 함께한다.

※ 선착순 50명까지 참석 가능하며,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창평 매화나무집(010-7130-3002)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