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 작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속 수치심의 오디세이
- 그녀는 왜 책을 읽게 했는가? - 과거와의 화해
- 개인의 문맹, 애도, 수치심이 엮어내는 과거사 청산
- 개인의 문맹, 애도, 수치심이 엮어내는 과거사 청산
김도균 기자입력 : 2025. 06. 20(금) 07:43
[담양신문] 글을낳는집 입주 작가들과 광주·전남 작가들이 담양 군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인문학 시리즈 ‘열 편의 인문학 이야기’ 중 네 번째 행사가 지난 19일 창평 매화나무집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소설가 이화경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를 수치심, 과거사 청산, 정신분석학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풀어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강연은 “지루한 오후 3시, 센 러브스토리로 시작하자”는 이 작가의 재치 있는 유머로 가볍게 문을 열었다.
이 작가는 이 책이 수치심, 죄책감, 애도 등 복잡한 심리적 요소들을 ‘러브 스토리’라는 대중적인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과거사 청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소개했다.
또 15세 소년 미하엘과 36세 여인 한나의 관계는 얼핏 도덕적 금기를 어기는 듯하지만, “미하엘은 전후 세대를, 한나는 전범 세대를 상징하며, 이들의 관계는 독일이 직면해야 할 과거 청산의 은유”라고 설명했다.
수치심: 가장 사회적인 감정의 본질
『책 읽어주는 남자』는 주인공의 수치심을 통해 과거사 청산으로 이어진다.
강연을 진행한 이 작가는 수치심을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가장 사회적인 감정’으로 정의하며, 창세기에서 아담과 이브가 벌거벗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처음 인식했을 때 느낀 감정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주인공 한나는 문맹이었을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수치심을 문해력을 갖춘 이후에야 느끼게 된다. 그는 자신의 문맹이라는 개인적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 아우슈비츠에서 저질러진 나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후 독일 사회에서 수치심은 역사적 책임을 자각하게 만드는 감정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진실을 왜곡하고 윤리적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 점에서 주인공의 수치심이 인간의 윤리와 역사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감정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이 작가는 설명했다.
정신분석학적 접근: “진정한 애도는 실패한 애도다”
이 작가는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애도와 멜랑콜리』 논문을 소개하며, 애도(mourning)와 멜랑콜리(melancholia)의 차이를 설명했다.
애도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뒤 정상적인 슬픔의 과정으로 보통 3년 이내에 끝나지만, 멜랑콜리는 슬픔이 끝나지 않고 병적인 우울 상태라고 한다.
소년 미하엘은 한나와의 관계 이후 삶 전체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미하엘이 겪어야 했던 애도는 전후 세대의 역사적 책임과도 직결된다.
이 작가는 한나와의 단절 이후 겪는 상실감을 ‘실패한 애도’로 해석하며,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진정한 애도는 실패한 애도다”라는 말을 인용해 두 감정의 차이를 설명했다.
과거사 청산: "왜 내가 고통을 느껴야 하는가?"라는 전후 세대의 딜레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전후 독일 사회는 ‘68세대’—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한 대학생들과, 이에 동조해 시위와 청년문화를 이끌었던 당시 유럽과 미국 등의 젊은 세대—의 영향으로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이러한 68세대가 나치 전범 세대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은 소설 속 미하엘과 한나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 갈등과 화해를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두 주인공의 사랑은 세대 간 갈등이자 화해의 가능성을 상징하며, 서로 다른 역사 경험과 감정을 가진 세대가 진실과 수치심을 마주하며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 이것이 과거사 청산이라고 이 작가는 말한다.
한 참석자는 강연을 회상하며, “진짜 문학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질문하게 한다. 타인의 시선과 나의 내면이 충돌하는 그 틈에서 진정한 서사가 시작된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강연 후에는 글을낳는집 김규성 촌장과 작가들이 마련한 홍종의 동화작가의 『칼을 이긴 큰 붓』 발간, 남길순 작가의 ‘박재삼 문학상’ 수상, 강정희 작가의 ‘남도일보 한강독후감’ 금상 수상 축하식이 열렸다.
오는 7월 17일(목)에는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다섯 번째 인문학 이야기 - 이도흠 평론가의 ‘AI의 쟁점과 대안의 사회’ 강연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노창수 시인이 패널로 참여한다.
이날 강연에서 소설가 이화경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를 수치심, 과거사 청산, 정신분석학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풀어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강연은 “지루한 오후 3시, 센 러브스토리로 시작하자”는 이 작가의 재치 있는 유머로 가볍게 문을 열었다.
이 작가는 이 책이 수치심, 죄책감, 애도 등 복잡한 심리적 요소들을 ‘러브 스토리’라는 대중적인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과거사 청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소개했다.
또 15세 소년 미하엘과 36세 여인 한나의 관계는 얼핏 도덕적 금기를 어기는 듯하지만, “미하엘은 전후 세대를, 한나는 전범 세대를 상징하며, 이들의 관계는 독일이 직면해야 할 과거 청산의 은유”라고 설명했다.
수치심: 가장 사회적인 감정의 본질
『책 읽어주는 남자』는 주인공의 수치심을 통해 과거사 청산으로 이어진다.
강연을 진행한 이 작가는 수치심을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가장 사회적인 감정’으로 정의하며, 창세기에서 아담과 이브가 벌거벗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처음 인식했을 때 느낀 감정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주인공 한나는 문맹이었을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수치심을 문해력을 갖춘 이후에야 느끼게 된다. 그는 자신의 문맹이라는 개인적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 아우슈비츠에서 저질러진 나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후 독일 사회에서 수치심은 역사적 책임을 자각하게 만드는 감정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진실을 왜곡하고 윤리적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 점에서 주인공의 수치심이 인간의 윤리와 역사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감정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이 작가는 설명했다.
정신분석학적 접근: “진정한 애도는 실패한 애도다”
이 작가는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애도와 멜랑콜리』 논문을 소개하며, 애도(mourning)와 멜랑콜리(melancholia)의 차이를 설명했다.
애도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뒤 정상적인 슬픔의 과정으로 보통 3년 이내에 끝나지만, 멜랑콜리는 슬픔이 끝나지 않고 병적인 우울 상태라고 한다.
소년 미하엘은 한나와의 관계 이후 삶 전체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미하엘이 겪어야 했던 애도는 전후 세대의 역사적 책임과도 직결된다.
이 작가는 한나와의 단절 이후 겪는 상실감을 ‘실패한 애도’로 해석하며,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진정한 애도는 실패한 애도다”라는 말을 인용해 두 감정의 차이를 설명했다.
과거사 청산: "왜 내가 고통을 느껴야 하는가?"라는 전후 세대의 딜레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전후 독일 사회는 ‘68세대’—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한 대학생들과, 이에 동조해 시위와 청년문화를 이끌었던 당시 유럽과 미국 등의 젊은 세대—의 영향으로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이러한 68세대가 나치 전범 세대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은 소설 속 미하엘과 한나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 갈등과 화해를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두 주인공의 사랑은 세대 간 갈등이자 화해의 가능성을 상징하며, 서로 다른 역사 경험과 감정을 가진 세대가 진실과 수치심을 마주하며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 이것이 과거사 청산이라고 이 작가는 말한다.
한 참석자는 강연을 회상하며, “진짜 문학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질문하게 한다. 타인의 시선과 나의 내면이 충돌하는 그 틈에서 진정한 서사가 시작된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강연 후에는 글을낳는집 김규성 촌장과 작가들이 마련한 홍종의 동화작가의 『칼을 이긴 큰 붓』 발간, 남길순 작가의 ‘박재삼 문학상’ 수상, 강정희 작가의 ‘남도일보 한강독후감’ 금상 수상 축하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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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남길순 작가, 홍종의 작가, 강정희 작가 |
오는 7월 17일(목)에는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다섯 번째 인문학 이야기 - 이도흠 평론가의 ‘AI의 쟁점과 대안의 사회’ 강연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노창수 시인이 패널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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