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이 과거 '암막 스크린 납품 비리' 사건 연루자의 배우자 소유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인성교육과 도덕교육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교육감은 2023년 5월부터 남악신도시 소재 한옥(전용면적 380㎡)에서 거주하고 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5만원 조건인 이 주택은 과거 암막 스크린 납품 비리 사건에 연루된 A씨의 배우자 B씨 소유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암막 스크린 납품 비리'는 2017~2018년 전남 62개 학교에 28억원 규모 스크린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업자와 공무원들이 결탁해 1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긴 대규모 조직범죄다. 당시 김 교육감은 도교육청 비서실장을 지내며 교육행정 핵심부에 있었다.

“도덕교육 앞세우면서 이런 모습이냐”

김 교육감은 평소 인성교육과 도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교육정책 설명회에서도 “바른 인성을 갖춘 미래인재 육성이 전남교육의 핵심”이라며 “교사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주택 거주 논란으로 그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의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직하고 바른 생활을 가르치라고 하면서, 정작 교육감 본인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느냐”며 분노를 표했다.

전남교총 관계자는 “교육감이 학교 현장에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할 때마다 교사들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라”며 “교육자로서의 기본 덕목부터 의심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성교육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우연’ 해명에도 도덕적 책임론 확산

김 교육감 측은 “큰 반려견을 기르기 위해 단독주택을 찾던 중 매물 현수막을 보고 계약했을 뿐"이라며 "A씨의 배우자가 누구인지 사전에 알지 못했던 단순한 우연”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러한 변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 지역 교장은 “설령 우연이라고 해도, 2년 넘게 거주하면서 집주인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것 자체가 성의 없는 해명”이라며 “교육감이라면 더욱 세심하게 살펴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책임자”라며 “비리 연루자 가족의 혜택을 받으며 살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정직과 청렴을 가르치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 보여야"

교육계 전문가들은 김 교육감이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구위원은 “교육감의 도덕성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전남교육 전체의 신뢰도와 직결된다”며 “인성교육을 강조하려면 본인부터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현재까지 추가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의 개인적 주거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A씨가 대표로 있던 업체는 현재도 전남지역 학교에 억대 규모의 물품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해충돌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