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전남도가 벼 경영안정대책비 50% 삭감에 대해 “전국 최대 지원을 유지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전남도의회 박형대·오미화·김미경 의원은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도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농민단체는 “전남도가 285억 원으로 전국 최대 지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시·군비를 포함한 금액”이라며 “도비만 보면 전남은 114억 원으로, 120억 원을 지원하는 전북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북은 벼 생산면적이 전남보다 적은데도 더 많은 도비를 투입하고 있다”며 “총액만 내세워 마치 전남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것처럼 호도한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군비까지 합친 수치를 앞세워 ‘전국 최대’라고 자랑하는 것은 결국 책임을 기초지자체로 떠넘기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농민수당 인상에 벼 경영안정대책비 삭감…예산 운용 갈등

전남도는 2019년부터 소득보전 직불금 성격의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지급해왔으며, 지난해에는 ㏊당 61만 원(농가당 2㏊ 한도)을 지원했다. 총사업비는 57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도비는 228억 원, 나머지는 시·군비로 충당됐다.

올해도 전남도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228억 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도의회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절반인 114억 원을 삭감했다. 매년 60만 원씩 지급하던 농민수당을 내년 7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채우기 위해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농민단체는 “도와 도의회가 사전 의견 수렴 없이 삭감과 증액에 일종의 합의를 한 것”이라며 “농민을 배제한 채 예산을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한 전형적인 행정 실패”라고 비판했다.

농민과 협의 없는 일방적 삭감

농민단체는 이번 예산 삭감 과정에서 농민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벼 경영안정대책비는 농민들이 직접 만든 민주적 제도이자 쌀 농가의 버팀목”이라며 “그런데 전남도와 도의회가 사실상 합의를 통해 114억 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농민수당 10만 원 인상을 위해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반 토막 낸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농민 우롱”이라며 “물가와 생산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지원 축소는 농민의 근심만 키우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병해 피해로 소득 줄었는데… 예산 삭감은 이중고

올해 전남 지역 쌀 농가들은 깨씨무늬병 확산으로 소득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농민단체는 이런 현실을 외면한 예산 삭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대책비마저 반 토막 냈다”며 “김영록 지사의 ‘공정한 배분을 위한 불가피한 판단’은 결국 쌀 농가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도지사 사과·예산 원상회복 요구

농민단체는 김영록 전남지사의 공식 사과와 예산 원상회복을 거듭 촉구했다.

한 관계자는 “농도 전남을 대표하는 정책을 농민과 상의 없이 삭감하고 거짓 수치로 포장하는 것은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즉각 삭감안을 철회하고 원래 예산인 228억 원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의회 박형대 의원 역시 “농업소득이 10년째 제자리인 상황에서 예산을 돌려막기 하듯 운영하는 것은 농정의 후퇴”라며 “도의회 차원에서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