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전남도립대학교 도예 차(茶) 문화과는 이름만 보면 차(茶) 문화를 함께 다루는 학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학과는 도자기 전문 학과입니다. 2025년도 신입생들의 교과과정을 보면, 차(茶)와 관련된 과목은 단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 재학 중인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의 교과과정을 살펴보아도 90% 이상이 도자기 제작과 관련된 과목이며, 나머지 10%는 도자기 제작을 보조하는 차(茶)와 관련된 지식을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이는 이 학과가 도자 문화를 깊이 탐구하고 전승하려는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중한 전남 도자 문화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립목포대학교 미래 라이프대학 차(茶) 문화학과는 차 문화 교육과정 내에 도자 공예 교육과정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전남도립대학교 도예 차(茶) 문화과를 폐과 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학문적 침탈이자, 도자 문화를 차 문화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차 학과에서 도자기 과목이 몇 개나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차(茶)인은 도자기를 단순히 차(茶)를 마시는 도구로 간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도자 예술의 창의성과 가치를 억압하는 행위입니다.

도자 문화와 차(茶) 문화는 각각 독립적인 학문으로 고유한 정체성과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학문을 억지로 결합하려는 시도는 전남 도자 문화의 자주성과 창의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자 문화의 침체를 초래할 것입니다. 도자기가 차 문화에 종속된다면, 창작의 자유가 억압되고 단순히 차 도구 제작에 그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큽니다.

역사는 강대국의 도움으로 세워진 국가가 결국 그들의 정체성을 잃고 강대국의 정체성만 남는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바치는 행위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의 문화가 말살되었던 비극적인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일본의 압박 속에서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이 사라졌던 것처럼, 도자 문화가 차(茶) 문화에 종속된다면 전남의 찬란한 도자 전통은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자기인 고려청자 상감운학문매병은 단숨에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민무늬 청자에서 시작해 여백이 많은 운학문 상감청자를 거쳐 인간의 창조적 본능과 수많은 실패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도자기가 단순히 차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면, 이러한 걸작은 다시는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 23년 동안 도자기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도자 문화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깨달았고, 이제는 교직에 서서 사명감을 갖고 도자 문화를 이어갈 다음 세대를 키우고자 합니다. 하지만 전남, 전북의 유일한 도자기 학과가 폐과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저를 깊이 절망하게 만듭니다.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도자 문화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정체성과 유산을 위해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합니다. 역사는 우리를 기억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도자 문화의 침탈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단결하여 도자 문화를 지켜낸다면, 전남의 도자 문화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입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전남의 도자 문화를 지키고자 합니다. 우리의 문화와 유산을 위해, 함께 나아갑시다. 호남 도자기의 빛나는 전통과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행동합시다.

사과가 맛있다고 하여 사과나무의 가지를 잘라 차나무에 접붙인들, 그 나무에서 맛있는 사과가 열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