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오는 6월 14일 토요일, 광주의 심장부 5·18 민주광장이 특별한 문화적 전환점을 맞는다. 예술과 기술, 시민과 철학이 만나는 복합문화예술축제 “2025 세계 지성이 광주를 말하다”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이 축제는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주최, 광주광역시 후원으로 진행되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인문예술축제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고 있다.

올해 슬로건은 ‘로컬: 뿌리다(Local: Spread)’. 이는 지역의 문화를 단순히 향유하거나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의 삶과 이야기를 창조의 씨앗으로,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인문적 선언이다. 이제 로컬은 구심점이며, 세계와 연결되는 출발점이다.

시민이 그리는 문화의 지도 ― ‘드로-잇 로컬’
축제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펼쳐지는 ‘드로-잇 로컬(Draw-it Local)’로 시작된다. 전문 작가와 예술 전공 학생, 웹툰 작가, 그리고 시민 작가들까지 100여 명이 릴레이 형식으로 펼치는 대규모 드로잉 퍼포먼스가 5·18 민주광장을 거대한 공동 작업장으로 바꿔 놓는다.

‘내가 생각하는 지역 문화’를 주제로 한 이 드로잉은 삶의 현장으로서의 지역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기억하는 행위다. 그림은 언어보다 더 넓고, 시민의 손끝은 곧 지역의 목소리가 된다.

홍종의 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토크쇼 ― ‘로컬의 목소리’
이날의 핵심 프로그램은 인문학 토크쇼 ‘로컬의 목소리’다. 인문학자 장우권, 강대선, 그리고 최근 KBS 역사스페셜 「소년 포로, 400년 만의 귀향」의 실제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낸 『칼을 이긴 큰 붓: 임진왜란 소년 포로 홍운해 이야기』의 작가 홍종의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홍 작가는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소안도 사람들의 땅을 친일파로부터 되찾기 위한 소송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로 명예 완도군민에 선정되었으며, 태백의 광산문화와 광부들의 고단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아버지의 하얀 이꽃』으로는 태백 명예시민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 4월, 글을낳는집·매화나무집·담양신문이 공동 주최한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열 편의 인문학 이야기’에서 ‘동심은 우리의 마음자리’를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펼쳤으며, 지역과 역사, 사람을 잇는 인문학 동화작가로서 꾸준히 말과 글의 힘을 전하고 있다.

토크쇼 ‘로컬의 목소리’는 고대 그리스의 광장 아고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민주광장 아고라: 지역을 말하고, 미래를 뿌리다’라는 대주제 아래 5개의 인문 소주제를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 지역의 미래를 사유하는 공론장으로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발표자보다 참여자가 더 중요하다. 질문하고, 토론하며, 발언하고, 공감하는 자리. 오늘의 5·18 민주광장이 진정한 의미의 아고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예술과 철학, AI와 환경까지 어우러지는 축제
이번 축제는 드로잉과 토크쇼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 공연, 전시, AI·친환경 기술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무대가 준비돼 있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과 전통 인문정신, 기술과 생태의 균형을 모색하는 시도다.

우리는 지금, 지역을 향한 따뜻한 사유와 지속 가능한 실천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시작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로컬의 이야기를 말하고 그리는 것이다.
오는 6월 14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함께 질문하고, 함께 상상하자.

그리고 그 광장에서, 오늘 우리의 아고라를 피워보자.